떠나니는 말 (Floating Words)

6 August 2011

말들은 떠다닌다. 거리 사이로, 건물 사이로, 다리 사이로, 떠다니는 말 속에는 전처의 소식도 있고, 모르는 꽃의 꽃말도 있다, 창밖에는 흰개미들이 풍경에서 풍경으로 옮겨 다니며, 원근법을 갉아먹고 있다, 언제부턴가 내가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림은 찢어진다, 나를 구원해주던 그 풍경들은 다 어디로 갔나, 60년대 이후, 신은 죽은 척 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스트레스는 디오니소스나 제우스 같은 스,자 돌림 신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그 어떤 예언도 심장을 설레게 하지 않는다, 이혼을 했으나 아직 더 할 이혼이 많다, 하루하루가 격세지감이다, 천변만화 피크닉이다, 김밥을 말았는데, 불끈, 분노 때문에 주먹밥이 된다, 무섭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모든 말의 적이다, 떠다니는 말 몇 개를 잘 이어 붙이면 딴 세상 여는 열쇠가 된다, 그래도 구원은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어떤 신은 최근 요리사 자격증을 땄다, 온종일 동파육을 만들고, 다 이루었도다, 거 참 보기 좋다, 그러고 지낸다, 말들은 떠다닌다, 모든 틈새로, 간극으로,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떠다니는 말꼬리나 붙잡고,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주 운다, 처음에는 한두 명 이더니, 이제는 열 명, 스무 명 앞에서도 잘 운다, 최고 기록 백 명이 목표다, 그 중에 한 여자가 나를 꼭 안아주리라, 나는 그녀와 사랑하고, 섹스하고, 결혼하고, 이혼하리라, 오랜 세월 간직한 일기장을 털면, 책장 사이에서 빠져 나온, 무수하고 미세하고 사소한 말들이, 허공에 두둥실, 두리둥실, 구원 없는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오늘도, 속절없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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