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쉬다 1 (Taking a Rest at a Park 1)

By | 6 August 2011

나는 본다 들여다볼 수 없이 깊은 연못을, 노파들이 오래 된 도시의 주름 속에서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광경을…… 살아 있는 건 무채색의 어둠뿐이라는 듯이 끔찍하게 늙은 검은 얼굴들을 보았다 죽은 나무와 밑동에 돋아나는 버섯과 잎 끝에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린 물방울의, 그 휘황한 불꽃의 주인인 그녀들을……

그녀들은 어떻게 알고 서로 모이는가 그들끼리 있을 때만은 왜 쉴새없이 입이 벌어지는가 어둠에 긁힌 듯한 웃음 소리를 자랑스레 내는가 테가 닳은 억양이 서로를 감싸주는 친밀한 분위기 때문인가 낡은 벤치들 눈을 굴리며 거들먹거리는 비둘기의 전리품들 깊은 칼집과 사라진 밀어들 어떤 밤의 흔적도 남지 않은 구멍이 사라진 악기들……

그런데 왜 저들은 나에게 매혹적인가 어스름을 빨아들여 털 하나하나가 광휘를 뿜어내는 저녁의 고양이를 만난 것 같은가

나는 이 도시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던가 향로인 양 주둥이를 내미는 꽃과 상스러운 허리를 뒤트는 몸짓과 교만한 눈빛, 천박한 체위를 강요하는 들끓는 욕망과 왼손으로 써내려간 문장처럼 떠 있는 구름과 말없이 사라지는 불꽃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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