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탑을 말하는 일은 탑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탑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나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탑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SIN Yongmok (b. 1974) was born in Geochang, South Gyeongsang Province. He studied Contemporary Korean Literature at the Graduate School of Korea University. His literary debut was made in 2000 with the New Poets Award in Writers World. He has so far published two poetry collections: We Must Walk All of the Wind (2004) and The Wind's Millionth Molar (2007). His poetry is characterized by dense language on the inevitable tragedy of life and close attention to reality and internal darkness. In particular, he shows an interest in the lives of those on the fringes of this 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