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탑을 말하는 일은 탑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탑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나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탑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Sin Yong-Mok began writing in earnest in the year 2000 and has since published six poetry collections, although none of them share a similar theme, form or structure. That’s because the content and form of the poems have changed as Sin’s life has changed over the years. At first, he was interested in the absurdity of the divis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world of violence inflicted upon marginalised people. His later work focuses on the pain, loneliness and fictionality of everyday life. He has been the recipient of both major and minor awards, including the Nojak Literary Award and the Baek Seok Literary Award. Though he is known for poetry and teaches poetry at Chosun University, he has published non-fiction and fiction as well.